
2018년,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다. 에디 슬리먼 팬들은 그의 복귀 소식을 환호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피비 파일로 체제에 흠뻑 빠져있던 셀린느 팬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시작부터 피비 파일로가 만들어 온 셀린느를 거침없이 바꿔나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로고였다. CÉLINE의 É 악센트를 과감하게 E로 바꾸고, 폰트도 에디 슬리먼이 사랑하는 산 세리프체로 바뀌었다.
그의 혁명은 반응과 다르게 매출로 증명됐다. 팬데믹 이후 브랜드는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다. 길거리에는 셀린느 로고가 박힌 티셔츠로 가득했다. 과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지휘하며 거리를 구찌 로고로 물들였던 시절이 떠오를 정도였다.

셀린느는 최전성기를 맞았다. 동시에 뜨거운 갈등이 일어났다. 무려 패션계 최고의 미디어이자 PR 회사 ‘보그’와 마찰을 빚었다.
보그? 우리 쇼 부르지 마

사건의 발단은 에디 슬리먼의 친구 ‘엠마누엘 알트(Emmanuelle Alt)’다. 그녀는 보그 파리의 편집장이었다. 모델로 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뒤 프렌치 시크 룩의 선두주자로도 유명하다.
2021년, 보그 하면 떠오르는 인물 ‘안나 윈투어’는 보그의 모회사 ‘콘데 나스트’의 전체 콘텐츠 총괄(CCO)로 권한을 확장하며 보그 에디터들의 자율성을 줄이고 있었다. 엠마누엘 알트가 편집장으로 있던 <보그 파리>는 <보그 프랑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직전에 엠마누엘 알트는 편집장직에서 사임했다. 보그 파리 100주년 기념 특별호를 마지막으로.
에디 슬리먼은 엠마누엘 알트와 오랜 친구이자, 셀린느를 지지하던 그녀의 사임 소식에 이를 갈았다.

셀린느의 2022 S/S 쇼, 보그 런웨이가 셀린느를 다루지 않았다. 블랙핑크 리사가 모델로 나오며 더욱 화제가 된 쇼였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셀린느에 관한 보도가 보그에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의아했다.
보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2022 봄 컬렉션을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은 우리의 결정이 아니었지만, 다음 컬렉션 쇼는 꼭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패션 미디어 WWD 및 에디터들은 보그 내부 관계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에디 슬리먼이 안나 윈투어에게 불만을 표명했으며, 보그와 일부 광고 계약을 중단시켰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거물 없이 성공하기, 도전

보그와의 전쟁 선포, 옛날 같았으면 ‘객기’라고 했겠지만, 에디 슬리먼에게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셀린느가 보그 없이도 성공하게 된다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보그라는 존재에 브랜드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된 셈.
그에게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가 있었다. 새로운 미디어들의 등장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던 보그, 레거시 미디어의 눈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패션계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하입비스트 같은 웹 매거진 거물의 등장, stylenotcom 같은 독특한 독립 매체 등 개성 강한 패션 미디어들이 휴대폰 하나면 패션계 소식을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파이를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었다.
에디 슬리먼은 물러났지만, 그가 이끌던 셀린느는 보란 듯이 승승장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