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크뮈스의 르 파이장(Le Paysan) 컬렉션. 파이장은 프랑스어로 농부를 뜻한다. 이번 시즌은 디자이너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 시골의 풍경과 기억에서 출발했다. 평소에도 자크뮈스는 가족, 특히 어머니와 고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온 브랜드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서사를 끌어온 작업으로 평가받는 이번 컬렉션. 롯데백화점 본점 2층 자크뮈스 매장에서 에디터가 직접 만나보고 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의도적으로 연출된 얼룩 자국. 팬츠와 셔츠 곳곳에 흙과 물이 튄 듯한 프린트와 염색을 더했다. 단순한 장식은 아니다. 일하다 더러워진 옷이라는 컨셉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장치에 해당하기 때문. 특히나 화이트 계열에서는 이런 대비가 더 도드라진다.



그래픽도 흥미롭다. 티셔츠 가운데에 떡하니 배치된 당근. 럭셔리 패션에서는 보기 드문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농작물과 수확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드러냈다. 흙에서 막 뽑아 올린 듯한 당근의 이미지는 농촌의 삶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워싱에서도 시간의 흔적이 묻어난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랜 듯한 질감을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농부나 노동자의 복장에서 착안한 워크웨어적 요소도 하나의 포인트가 되겠다.


가방도 마찬가지. 얼핏 보면 바구니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에, 물뿌리개 참까지 더해 위트 있게 마무리했다. 일부러 러프한 소재를 적용하고 일부는 사용감이 느껴지도록 마감했는데. 기능적인 오브제를 럭셔리로 바꾸면서도 그 안에 남은 노동의 이미지는 결코 지우지 않았다.

럭셔리 패션이 지향하는 도시적인 세련미 대신 흙과 햇빛, 땀으로 상징되는 노동의 흔적을 전면에 내세운 자크뮈스의 ‘르 파이장’ 컬렉션. 이제는 여러분이 직접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