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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조 있는 매거진, 사라졌나?

헌터 S. 톰슨, 그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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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발언이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고 위험한 시대다. 선거철이 되면 연예인들은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이 담긴 옷을 자유롭게 입지 못한다. 사진을 찍을 때 모두 하는 브이도 논란이 생길까봐 ‘손가락 사용 금지’를 원칙삼아 다녀야 한다. 그렇게 모두가 숨죽이고, 말을 아끼며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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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심스러움이 낳은 결과는 참담하다. 사실의 나열은 넘쳐나지만 결국 시대의 공기를 읽어내는 통찰은 사라졌다. 누구도 다치지 않는 무난한 말들 속에서 대중은 오히려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다. 진짜 진실은 늘 싸움터 한가운데에 있는데, 미디어는 링 밖에서 채 몸을 사리고 있다.

언론은 오랫동안 객관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그러나 모든 기자가 이 원칙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헌터 S. 톰슨(Hunter S. Thompson)은 오히려 기자의 주관적 개입과 참여가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언에 따라 유골이 대포에 실어져 쏘아 올려지며 갈 때까지 예술로 간 헌터 S 톰슨. 그는 객관성을 의심했고, 기자 역시 사건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곤조, 그 단어의 시작

근성, 뚝심을 지킨다는 의미로 한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 ‘곤조’. 미국에서도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의미는 조금 다르다. 1970년 톰슨이 쓴 기사 〈더 켄터키 더비는 퇴폐적이고 타락했다〉를 읽은 동료 기자 빌 카도소(Bill Cardoso)가 보스턴 지역 속어로 “끝내준다, 정신 나간 것처럼 매력적이다”라는 의미로 쓴 것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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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이 창시한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은 취재 대상과 기자를 분리하지 않는다. 기자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곤조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와 경험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위험해도, 직접 함께하겠다

헌터 S 톰슨이 보여준 곤조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는 1960년대 미국의 오토바이 폭주족 집단인 헬스 엔젤스(Hells Angels)를 취재한 사건이다. 톰슨은 그들을 멀리서 관찰하는 대신 함께 술을 마시고, 파티에 참여했다. 때로는 위험한 상황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다고. 그는 취재를 위해 폭주족들과 생활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과 갈등을 몸소 경험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언론이 보여주지 못했던 집단 내부의 현실과 분위기를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그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세계를 독자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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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Y CREEK, ASPEN, CO, – OCTOBER 12: Hunter Thompson aka Hunter S Thompson aka Gonzo Journalist sitting in his favorite corner of The Woody Creek Tavern a local bar close to his own home where he would often have lunch and dinner and of course drink on October 12, 1990 Woody Creek Tavern, Woody Creek, Aspen, Colorado (Photo by Paul Harris/Getty Images)

곤조 저널리즘의 특징은 기자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톰슨의 글에는 분노와 혐오, 공포와 흥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는 기자가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대상을 취재하든 기자는 이미 자신의 가치관과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숨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왜곡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치, 당당하게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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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er S. Thompson during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New York City Premiere, 1998 at Sony Theater in New York, New York, United States. (Photo by Ron Galella, Ltd./Ron Galella Collection via Getty Images)

1972년 미국 대선을 다룬 <캠페인 트레일 72(Fear and Loathing on the Campaign Trail ’72)>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을 강하게 비판했고, 공화당 정치인들에 대한 적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일반적인 정치 기사라면 기자의 의견이 배제되어야 했지만, 톰슨은 자신의 정치적 분노를 기사 속에 적극적으로 담아냈다. 그의 글은 정치 보고서라기보다 하나의 참여적 기록에 가까웠다. 독자들은 단순한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현장의 긴장감과 미국 사회의 모순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곤조 저널리즘은 많은 비판도 받았다. 기자가 지나치게 취재 대상에 몰입하면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 개인의 감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독자가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학자들은 곤조 저널리즘이 취재보다 자기표현에 가까워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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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icio Del Toro and Johnny Depp in convertible together in a scene from the film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1998. (Photo by Universal/Getty Images)

헌터 S. 톰슨이 언론사에 남긴 영향은 작지 않다. 그는 기자가 반드시 중립적인 관찰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그의 작업은 저널리즘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오늘날에도 르포르타주, 탐사보도, 뉴저널리즘 등 다양한 장르에서 그의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다.

객관성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헌터 S. 톰슨은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기자는 과연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있는가. 그리고 객관성만으로 세상의 진실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가. 그의 곤조 저널리즘은 당당하게 발언하지 못하는 개인, 그리고 객관성의 가면에 가려진 언론의 역할과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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