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오션의 [채널 오렌지]는 그의 공식적인 1집이 맞다. 그러나 그 전에 한 개의 비공식 앨범이 더 있었다.

2011년, 그가 한창 텀블러를 통해 소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노스탤지어, 울트라]라는 이름의 앨범을 하나 올렸었다. 총 10곡이 수록돼 있었는데 정규 앨범 못지 않게 트랙 순서가 명확히 구성돼 있었다. 당시에 프랭크 오션은 완전한 무명은 아니었지만 스타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이미 힙합 크루 ‘오드 퓨처’ 멤버로 활동하던 중이었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종종 어울리며 씬 안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상태였으니. 다만 그 시기에 프랭크 오션은 래퍼라기보다는 크루 안에서 후렴을 담당하거나 짧은 보컬 파트 정도를 맡았었다.

어쨌거나 해당 믹스테이프는 당시에 음악 블로그나 링크 공유를 통해 퍼져나갔다. 가장 먼저 반응을 끌었던 곡은 ‘노바케인’. 오드 퓨처 스타일과 다르게 보컬이 거의 말하듯이 이어졌다. 치과 의자에 마취 상태로 앉아 있는 설정에,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무미건조하게 관계를 떠올리는 내용인데. 보통 알앤비는 후렴에서 감정이 터져나오기 마련인데 이 곡은 계속 평이하게 간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뭔가 이상한데 계속 듣게 된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마치 평양냉면 같은 매력이랄까. 동시에 이 멤버가 오드 퓨처 그 멤버 맞냐는 반응도 함께 터져나왔다. 바이럴 포인트는 확실하게 된 셈.

또 하나 화제가 된 곡은 ‘아메리칸 웨딩’. 너무나 잘 알려진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샘플링해서 사용했는데. 원곡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수준의 편곡이었다. 다만, 가사에서만 차이가 드러나는데. 원곡은 낭만적인 스토리라면 이 곡은 안정적인 이미지의 결혼이라는 주제를 불안하고 답답하게 묘사한다. 샘플링을 과하게 쓴 탓에 아메리칸 웨딩은 공개 이후 실제로 문제가 생겨버렸는데. 이글스 측이 권리를 주장하며 여러 플랫폼에서 내려가거나 접근이 막혔던 것. 근데 이게 오히려 화제를 키우면서 “왜 갑자기 사라졌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더 찾아 듣는 구조가 됐다.

크루 안에서 보컬 멤버 정도로 인식됐던 그가 혼자서 만든 완성도 있는 앨범을 공개하면서, 프랭크 오션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믹스테이프를 기점으로 단기간에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재인식된 것. 이후 그의 행보도 달라졌다. 오드 퓨처 활동과 점점 거리를 두고 솔로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주도적으로 앨범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서 이어진 결과가 2012년 그의 정규 1집 [채널 오렌지]. 믹스테이프에서 그가 보여줬던 스타일들이 조금 더 확장됐다. 지금 프랭크 오션의 상징이 된 ‘한 사람이 독백하는 방식’이 더 크게 부각된 것. 예를 들어 ‘Thinking Bout You’처럼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같은 생각을 반복하거나, ‘Bad Religion’처럼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짝사랑과 죄책감을 털어놓는 형태가 그에 해당한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전작에서는 주로 스토리가 하나의 곡 안에서 끝났지만, 다음 앨범에서는 여러 트랙으로 분산됐다는 점. 그래서 하나의 앨범 자체가 서로 다른 상황들이 묶여있는 형태가 되었다.

결국 정리하자면, 프랭크 오션을 스타덤에 올렸던 [채널 오렌지] 이전에는 하나의 앨범이 더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작업물은 이미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아가던 아티스트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 첫 작업물이었다는 것. 아쉽게도 현재 [노스탤지아, 울트라]를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당연하게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 다만 일부 트랙은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언제 내려갈지는 모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그의 컴백이 늦어지는 상황에, 하나라도 더 들을 앨범이 있어 좋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