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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여름 후유증 온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적적해지는 여름 영화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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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유독 여운이 오래 남는 계절이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은 다채롭고, 그 계절을 채우는 음악은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가족과 친구, 혹은 소중한 사람과 보낸 여름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쉽게 ‘후유’에 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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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유독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가져본 적도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고, 며칠 동안 영화의 장면과 음악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여름이었다…’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사랑과 이별, 성장의 순간들. 여기에 여름만의 아련함이 더해져 오래 후유증을 남기는 작품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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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대문> #청춘의여름

보기만 해도 습도가 느껴지는 대만의 여름. 각기 다른 사랑을 품은 청춘들의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작정 다가가고, 이름을 수백 번 쓰면 이어질 거라 믿고, 뽀뽀 한 번에 세상이 분홍빛일 것이라 믿는 아이들. 서툴지만 그래서 더 순수한 사랑이 펼쳐진다.

2000년대 초반 특유의 감성도 짙다. 학주를 피해 수영장에 숨고, 텅 빈 체육관에서 티격태격 싸우고, 화장기없는 맑은 얼굴과 샤기컷에 더해진 복고 스타일링까지. 그 시절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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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겼어.” 애초에 좋아하는 소녀(멍커로우)를 이길 생각조차 없었던 소년(장시하오)의 마지막 한마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달려가는 멍커로우, 그리고 자전거를 나란히 타고 달려가는 두 사람의 엔딩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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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드림> #우정의여름

혼자 살아가던 도그는 반려 로봇을 만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얻게 된다.

하지만 여름날 찾은 해변에서 로봇은 바닷물에 녹이 슬어 움직이지 못하고, 해변이 폐장하면서 둘은 강제로 이별한다.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삶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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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아픈 이유는 ‘타이밍’. 시간이 흐른 뒤 서로를 찾아갈 때마다 상대는 가장 행복해 보인다. 결국 사랑했기에 다가가지 못한다.

재회만이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 한 줄의 대사도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귀여운 그림체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다가 가장 긴 후유를 안고 나오게 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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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현실의여름

디즈니월드 바로 뒤 모텔촌에서 살아가는 소녀 무니와 엄마 헤일리의 현실을 담았다. 

월세는 밀리고, 관광객들에게 중고 향수를 팔아 매일을 겨우 버텨낸다. 양육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엄마 곁에서 무니는 결국 아동 보호국에 보내질 위기에 놓인다.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디즈니월드는 현실과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마지막, 무니가 친구의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장면은 그래서 더 잔인하다.

동화 같은 색감에 가려진 아픈 현실들이 여름이라 더 쉽게 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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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썬> #기억의여름

아빠의 31번째 생일을 맞은 11살 소피는 아빠와 여름 여행을 떠났다.

성인이 된 소피는 캠코더 영상을 다시 꺼내 본다. 수영도 하고, 생일도 함께 축하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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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빠의 미소 뒤에 있던 그늘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소피는 몰랐지만, 아빠 역시 어렸고, 불안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여름이라 더욱 아름답게 기억됐고, 시간이 흘러 다시 바라보니 더욱 아프다. 모호한 감정을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 방식이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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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순수의여름

짙은 녹음이 묵직한 영상이 된다면 이 영화일 것이다.

교장, 학부모, 학생의 시점을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는 관객이 끊임없이 의심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진실에 도달하는 순간, 영화는 예상과 전혀 다른 감정을 남긴다.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 계속해서 누군가를 의심했던 관객들. 영화는 ‘괴물’이 누구인지 끝내 되묻는다.

태풍이 지나간 뒤 푸른 숲을 뛰어가는 두 소년들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가 흐르는 엔딩은 형용하기도 어려운, 적적함에 가까운 감정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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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엔딩에서 가장 큰 여운을 남긴다는 것. 잊기 어려운 여름 노을처럼,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머문다.

결국 이 영화들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하나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기꺼이 기다리겠다는 마음, 멀리서도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뒤늦게 부모를 이해하고 끝내 품어내는 자식의 마음, 그리고 세상이 괴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일 용기까지. 이 작품들은 성장 끝에 마주한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이상하리만큼 여름을 닮아 있다. 뜨겁게 스쳐 지나간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계절이 끝난 뒤까지 우리를 붙잡아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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