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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그곳은 실제로 있었다

영화 <오디세이> 촬영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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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크리스토퍼놀란-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개봉과 함께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호메로스의 고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번 작품은 트로이 전쟁부터 오디세우스의 귀향까지, 신화 속 거대한 여정을 따라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여정을 완성한 방식. 놀란은 가능한 한 디지털 공간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장소와 실제 배, 실제 동굴과 해변을 찾아 나섰다.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등을 오가며 촬영했고, 영화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담았다.

물론 모든 장면을 실제 장소에서만 촬영한 것은 아니다. 트로이에는 약 2.5에이커 규모의 세트를 직접 만들었고, LA 스튜디오에서도 촬영을 진행했다. 중요한 것은 신화 속 세계를 단순히 CG로 만들어내는 대신, 배우들이 실제 공간과 실제 물체를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영화 속 신화의 공간들은 세계 곳곳의 실제 풍경으로 완성됐다. 이미 팬들은 구글맵에 촬영지를 하나씩 찍으며 다음 여행지를 찾고 있다.

그래서 정리했다. <오디세이> 속 주요 장면이 실제로 촬영된 장소들을 따라가 보자.

1. 트로이의 해변 – Plage d’Essaouira, 모로코

영화의 시작부터 압도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 위에 거대한 트로이 목마가 놓이고, 수많은 병사들이 그 주변을 가득 채운다.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이 바로 모로코 에사우이라 해변이다.

놀란은 이 장면을 위해 CG로 군중을 만들어내는 대신 실제 사람들을 현장에 모았다. 오디세우스 역의 맷 데이먼 역시 이곳에서 촬영을 시작했으며, 현장에는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함께했다. 거대한 목마 역시 실제 크기로 제작해 모래사장에 직접 설치했다. 

에사우이라는 모로코 서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항구 도시로 강한 바람과 거친 파도, 넓게 펼쳐진 해변이 특징이다. 영화에서 이곳은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을 향해 출항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 속 신화의 시작을 실제 풍경으로 만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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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트로이 – Aït Benhaddou, 모로코

모로코의 붉은 흙빛 도시가 펼쳐지는 순간, <오디세이>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이트 벤 하두. 진흙과 흙벽돌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요새 마을인 ‘크사르’로, 높은 성벽과 방어탑이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갖고 있다.

놀란은 기존 마을을 그대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아이트 벤 하두 옆에 약 2.5에이커 규모의 트로이 세트를 직접 지었다. 촬영이 끝난 뒤 세트를 불태우는 장면까지 실제로 촬영했다.

<글래디에이터>와 <미이라>, <왕좌의 게임> 등 여러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장소가 이번에는 트로이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영화 속 붉게 타오르는 트로이를 보고 나면 이곳의 실제 풍경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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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타카 왕궁 – Castello di Santa Caterina, 파비냐나섬, 이탈리아

오디세우스가 평생 돌아가고 싶었던 곳,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그를 기다리던 이타카다.

영화 속 이타카 왕궁은 그리스가 아닌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파비냐나섬에 자리한 산타 카테리나 성이 맡았다. 

약 300m 높이의 몬테 산타 카테리나 정상에 자리한 이 성은 15세기에 지어진 요새로, 정상에서는 에가디 제도와 지중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제작진이 이곳을 이타카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접근성. 성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배우와 스태프들은 촬영을 위해 매일 산을 걸어 올라갔고, 장비는 헬리콥터로 운반했다. 영화 속 왕궁의 웅장함을 만들기 위해 꽤나 고된 여정이 필요했다.

흥미로운 것은 파비냐나 전체가 영화 속 이타카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왕궁뿐 아니라 주변 해안과 바다까지 촬영에 사용되며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고향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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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폴리페모스의 동굴 – Cueva de Néstor, 그리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기괴하고 압도적인 장면 중 하나다. 오디세우스 일행이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를 마주하는 동굴이다. 촬영지는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보이도킬리아 해변에 있는 네스토르 동굴. 실제 신석기 유물이 발견된 장소로 알려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

놀란은 이 장면을 그린스크린으로 만들어내지 않았다. 실제 동굴 안에 거대한 폴리페모스 모형을 설치했고, 배우들은 실제 공간에서 거인을 마주하며 연기했다. 폴리페모스는 배우 빌 어윈이 특수분장을 한 채 연기했으며, 거대한 애니매트로닉 인형과 함께 촬영했다. 후반 작업으로 크기를 키우는 방식보다 배우들이 실제로 거대한 존재를 보고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더 놀라운 비하인드도 있다. 촬영 당시 동굴에는 실제 벌떼가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를 없애는 대신 현장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배우 히메시 파텔은 수많은 벌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신화 속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벌까지 진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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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라이스트리고네스의 숲 – Culbin Forest, 스코틀랜드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이 거인족 라이스트리고네스와 마주하는 장소다. 영화 속에서는 평화로운 숲에 들어선 순간 거대한 존재들이 나타나며 분위기가 급격하게 뒤집힌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이 스코틀랜드 모레이 해안의 컬빈 포레스트다.

바다와 맞닿은 거대한 소나무 숲과 모래언덕이 이어지는 곳으로, 지금도 자연보호구역 특유의 거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서도 놀란은 단순히 배우의 몸을 CG로 키우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실제 키가 큰 스턴트 배우와 작은 체격의 대역을 조합하는 강제 원근법을 사용해 거인과 인간의 크기 차이를 만들어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곳 자체에도 기묘한 역사가 있다는 점이다. 컬빈 일대에는 과거 마을과 농경지가 있었지만 17세기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마을 전체가 묻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화 속 거인족의 땅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현실에서 묘한 전설을 품고 있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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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데스 – Hjörleifshöfði, 아이슬란드

오디세우스가 죽은 자들의 세계로 향하는 장면은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바뀐다. 검은 화산재와 황량한 해안, 거대한 암벽이 펼쳐지는 이곳은 아이슬란드 남부의 흐요를레이프스회프디다.

놀란은 처음부터 아이슬란드를 하데스로 생각했다. 이타카에서 점점 멀어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지리적으로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지중해의 고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차갑고 거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죽음의 세계를 표현했다.

촬영 방식 역시 극단적이었다. 이곳에서는 실제 화산 모래를 이용해 배우들을 모래 속에 묻는 장면까지 촬영했다. 죽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지형과 실제 모래를 활용한 것이다.

<오디세이>의 하데스가 유난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면, 배우들이 그 땅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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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킬라와 세이렌의 바다 – 에올리에 제도, 이탈리아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거대한 소용돌이와 바위섬, 세이렌과 스킬라가 등장하는 바다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북쪽의 에올리에 제도에서 촬영됐다. 리파리, 불카노, 바실루초 등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특히 바실루초와 주변 암초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위험한 항해 장면과 연결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놀란은 바다를 스튜디오 안에서 재현하는 대신 실제 배를 띄웠다. 오디세우스의 배는 실제 항해가 가능한 35m 규모의 목선으로, 촬영을 위해 고대 그리스 전함처럼 개조됐다.

그래서 <오디세이> 속 바다는 유난히 불안정하고 생생하다. 배가 흔들리는 것도, 파도가 밀려오는 것도 모두 실제였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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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키르케의 집 – Findlater Castle, 스코틀랜드

오디세우스 일행이 마녀 키르케를 만나는 장면 역시 스코틀랜드에서 촬영됐다. 모레이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핀들레이터 성은 13세기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성곽 유적이다. 바다 위로 튀어나온 바위 절벽과 폐허가 된 성벽이 만들어내는 고립된 분위기가 키르케의 집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제작진은 이곳을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기존 유적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성 주변에 별도의 세트를 만들고, 주변의 바위 지형과 절벽까지 함께 활용했다. 제작 디자이너 ‘루스 드종’은 이곳을 두고 ‘세상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가진 장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성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와 황량한 절벽은 키르케가 숨어 살 것 같은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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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칼립소의 섬 – Ramla Bay & Calypso’s Cave, 몰타

오디세우스가 7년이라는 시간을 머물렀던 칼립소의 섬 역시 실제 장소와 연결된다. 몰타 고조섬의 람라 베이에는 칼립소의 동굴이 있다. 실제 <오디세이>에서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아두었던 장소로 전해지는 동굴이다.

영화에서는 칼립소의 세계를 하나의 장소로만 완성하지 않았다. 광활하고 초현실적인 섬의 풍경에는 모로코 다클라의 하얀 모래가 사용됐고, 몰타의 칼립소 동굴 역시 촬영지로 활용됐다.

실제 신화에서 칼립소의 동굴로 전해지는 장소가 영화 속 칼립소의 이야기와 만난다는 점에서 이번 촬영지 중에서도 특히 의미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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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허구지만, 그 장면은 실제였다

<오디세이>의 촬영지를 따라가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트로이는 모로코에 있고, 이타카는 시칠리아에, 하데스는 아이슬란드에 있다. 키르케의 집은 스코틀랜드 절벽 위에 있고, 폴리페모스는 그리스의 실제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호메로스가 그려낸 세계를 그대로 찾아갈 수는 없지만, 놀란은 그 세계가 존재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지구 곳곳의 실제 풍경을 찾아다녔다. 거대한 트로이 목마를 실제로 만들고, 수천 명의 사람을 실제로 모으고, 거인을 실제로 눈앞에 세우고, 실제 배를 실제 바다에 띄웠다. 심지어 죽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화산 모래 속에 배우를 묻기까지 했다.

그래서 <오디세이>를 보고 난 뒤 남는 궁금증은 하나다. “저곳은 어딜까?”

영화관에서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다시 따라가고 싶다면 구글맵부터 켜보자.

<오디세이>의 세계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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