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 알케미. 래퍼 스윙스가 설립한 종합 힙합 레이블이자, 국힙 역사에서 보기 드문 ‘통합 레이블 시스템’.
스윙스는 2023년 자신이 운영하던 저스트 뮤직, 인디고 뮤직, 위더플럭 레코즈 등을 하나의 지주 구조 아래 묶으며 AP 알케미를 출범시켰다. 한국 힙합에서는 보기 드문 홀딩 컴퍼니형 레이블이었던 셈.
말 그대로 여러 레이블을 하나로 묶어 아티스트 간 협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그의 ‘거대한 포부’였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는데. [AP 알케미 : 사이드 A], [AP 알케미 : 사이드 P] 등 프로젝트 음반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색채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내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대형 콘서트의 흥행 실패, 일부 활동 계획 차질, 그리고 여러 내부 변화 속에서 레이블을 떠난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한때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던 조직은 자연스럽게 소수 정예 구조로 재편됐다. 현재 남아 있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스윙스와 함께 레이블의 오랜 축이었던 양홍원 ,노엘, 그리고 원년 멤버라 할 수 있는 노창 등 일부 아티스트들만 남아 있는 상황.

이쯤 되면 누군가는 AP 알케미가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윙스의 커리어를 떠올려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는 한국 힙합 씬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부활을 증명해 온 인물이기 때문.
지금 AP 알케미의 방향성을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처럼 거대한 인원으로 레이블을 운영하기보다는, 각 아티스트의 음악적 개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예 아티스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저스트 뮤직의 ‘율음’과 ‘신지항’을 들 수 있겠다.

율음은 어린 나이부터 음악 활동을 이어오다 스윙스의 눈에 띄어 레이블에 합류한 케이스다. 특히 앨범 [시카다]에서는 프로듀싱부터 연주, 믹싱까지 직접 맡으며 뛰어난 제작 능력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힙합 팬들과 업계에서는 장르 이해도와 음악적 감각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지항 역시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음악은 기존 AP 알케미의 강한 비트 중심 사운드와는 결이 다르다. 대신 앨범 전체의 서사와 구조를 중요하게 다루는 스타일이 특징인데. 이는 그의 앨범 [농]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곡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젊은 아티스트답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인디고 뮤직의 ‘김감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예아’라는 독특한 추임새와 캐릭터로 리스터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초기에는 영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발표한 [인베이젼] 등의 작업물을 통해 많은 팬들을 양성하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 다른 축은 ‘마인필드’. 스윙스가 기존 레이블과는 다른 방향으로 설립한 프로젝트로, 언더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 성격을 띄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윤하와 같은 래퍼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실력 중심의 아티스트들이 활동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마인필드 소속 크루 ‘오카시’가 흐름 속에서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연세대 흑인음악 동아리로 시작한 이들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공연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AP 알케미는 과거 거대한 조직에서 신예 중심의 생태계로 서서히 구조를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블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양홍원이 5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스윙스와의 눈물겨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레이블의 중심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AP 알케미가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프로젝트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스윙스는 여전히 새로운 세대를 발굴하고, 힙합 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
탄탄한 신예들이 레이블을 받치고 있는 지금, 어쩌면 스윙스가 몇 년 전 그렸던 거대한 그림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