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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리무버, 누군데?

디지코어 사운드를 상징하는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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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서울과 에피, 최근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보다 보면 한 번쯤 마주치는 이름들이다. 2000-10년대 대중문화와 인터넷 문화에 대한 기억을 샘플링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시스템서울, 하이퍼팝과 디지코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에피.

그들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디지코어’다. 그들의 인터넷 음악 씬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는 바로 ‘제인 리무버’다.

인터넷에서 태어난 음악

2020년, 팬데믹으로 방 안에 갇혀 있던 인터넷 키즈는 디스코드와 사운드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모였다. 그들은 함께 게임을 하고 음악을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하이퍼팝, 이모, 클라우드 랩, EDM, 팝펑크 등 다양한 사운드를 한 곡에 모아 FL STUDIO로 편집하며 작업을 놀이처럼 즐겼다. 과잉된 사운드가 특징인 그들의 음악은 틀어놓고 도파민 터뜨리기 좋은 음악이었다.

그렇게 디지코어 사운드가 탄생했다. 그 사이에서도 스타가 등장했다. ‘dltzk’. 제인 리무버의 과거 닉네임이었다.

dltzk는 스크릴렉스와 같은 EDM부터 힙합, 팝까지 닥치는 대로 흡수해 깨진 보컬, 압축하고 터뜨리는 리듬, 뒤틀린 신디사이저 위에 10대의 불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디지코어, 정의해 봐

힙합이라고 불러야 할지, 전자음악이라고 불러야 할지. 여전히 시스템서울 같은 아티스트들을 두고 장르를 구분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디지코어’는 장르 문법을 깨부순다.

찢어지는 듯한 전자음, 과하게 가공된 보컬, 집중력 분산시키는 음악 편집법 등 dltzk는 특히 그 문법을 파괴하는 데 능숙했다.

2021년 <Teen Week>와 <Frailty>로 디지코어 장르의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된 dltzk의 음악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웠다. 더 부수고 더 혼합시키며 혼란을 표현했다. <Frailty>는 슈게이즈 정서까지 융합시키며 자신의 혼란스러운 성장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쳤다.

미래를 향하지 않는다

인터넷 키즈들의 음악이라고 미래를 바라보는 성향을 띤다고 말할 수는 없다. dltzk의 또 다른 페르소나였던 ‘Leroy’는 추억 속 음악, 인터넷 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소스들을 잘게 쪼개고 다시 이어붙였다. Leroy의 사운드는 ‘다리아코어(dariacore)’라고도 불렸다.

시스템서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게임 테일즈위버, 드라마 도깨비,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 등 한국 감성의 추억을 가져와 새롭게 조합했다.

둘의 공통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음악은 미래를 지향하기보다는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가깝다. 변주로 시작한 장르인 만큼 세계 곳곳에서 각 아티스트만이 가지고 있는 추억과 방식으로 변주되는 사운드를 관찰하는 것도 디지코어 장르의 묘미라고.

숨어 왔던 10대 시절을 정리했다

2022년, dltzk는 과거의 이름이 본인에게는 “10대 시절의 자신과 숨고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자신의 진짜 이름 Jane을 공개했다. 그리고 ‘제인 리무버’로 다시 태어났다. 대표작이었던 <Teen Week>가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며 일부 트랙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dltzk에서 제인 리무버로의 변화는 과거를 부정하거나 지우는 일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Revengeseekerz>로 돌아왔다

슈게이즈, 팝 장르 등 새로운 시도를 하던 제인 리무버가 2025년 제인 리무버식 디지코어의 결정체라고 평가받는 <Revengeseekerz>로 돌아왔다. 이 앨범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지 않는다. 더욱 실험적인 사운드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며 자신의 과거 음악들을 직접 샘플링했다.

해당 앨범은 과거를 기억하는 디지코어의 문법을 가져오면서도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제인 리무버만의 독립적인 음악 언어를 보여준 셈이다.

현재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에서 가장 상징적인 아티스트 ‘제인 리무버’가 12월 11일 첫 내한 공연을 펼칠 예정. 디지코어 팬이라면 무조건 가야 할 공연일 터이지만, 이제 막 사운드에 귀를 열기 시작했다면 휘몰아치는 제인 리무버의 라이브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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