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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날씨를 닮았다

영국의 흐린 하늘이 브리티시 알앤비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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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딘, 조자 스미스 등으로 대표되는 ‘브리티시 알앤비’를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른해진다. 

올리비아 딘, 알앤비

스자(SZA)와 같은 아메리카 알앤비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 

스자, 알앤비

전자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반면, 후자는 다소 울부짖는다. 필자가 느끼기에 그렇다. 

흥미로운 점은 이 ‘차이’가 도시의 기후와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비욘세, 아티스트

알앤비, 즉 리듬 앤 블루스 장르는 본래 미국에서 탄생했다. 

1940~50년대 블루스와 가스펠, 소울에서 발전해 1960~70년대 모타운을 거치며 스티비 원더, 아레사 프랭클린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했다. 

비욘세, 아티스트

미국은 잘 알다시피 햇빛이 쨍하고, 야외 퍼포먼스 문화가 발달해 있다. 

그래서 음악 자체도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데. 여름 시즌 페스티벌 문화가 특유의 알앤비 그루브를 형성했다. 

반면 당시 영국 청년들은 미국 알앤비 음반을 수입해서 듣거나, 클럽과 라디오를 통해서 접했다. 

영국, 클럽

런던과 맨체스터 등지의 클럽에서는 특히 흑인 음악이 활발히 흘러나왔는데. 이 지역에는 아프리카/카리브계 이민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문화와의 접점이 풍부했기 때문. 

흔히들 이 시기를 영국의 ‘소울 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리비아 딘, 아티스트

또한 영국은 미국과 달리 실내 중심의 클럽 문화가 발달했다. 잦은 비와 높은 습도, 추운 날씨와 같은 도시 환경이 이러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것. 

알앤비는 클럽에서 전자음악과 섞였다. 그 결과 영국의 그라임, UK 개러지, 드럼 앤 베이스, 하우스 같은 장르와 결합하게 됐다. 

이 차이는 현 세대 아티스트의 곡에서도 극명히 느껴진다. 

미국 알앤비는 보컬에 힘을 준 경우가 많다. 소울풀하고 강한 멜로디, 화려한 애드리브가 두드러지는데. 주제 또한 사랑과 욕망. 감정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스자, 킬빌, 알앤비

예컨대 스자(SZA)의 ‘킬빌’이 그렇다. 

“나 어쩌면 전 남친을 죽여버릴지도 몰라. 좋은 생각은 아니겠지만” 

곡에서 그녀는 헤어진 연인을 향한 극단적인 감정을 파격적으로 풀어냈다. 

올리비아 딘, 알앤비

반면 브리티시 알앤비는 보다 절제된 톤 위에 신스와 전자음이 얹혔다. 사랑과 관계를 다루되, 도시의 현실이나 사회적 이슈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보통 이럴 땐 네가 필요하지만, 이번엔 널 보러 가고 싶지 않아” – 올리비아 딘 ‘The Hardest Part’ 

“아무 잘못 없으면 도망 칠 필요 없어” – 조자 스미스 ‘Blue Lights’ 

조자 스미스, 알앤비

영국 특유의 나른하고 우울한 서정성이 곡 전반에 흐른다. 

보컬과 악기 표현은 조금 억제하되, 잔잔하게 감정을 담는 방식을 사용한 것. 도시의 우울함과 나른함 같은 정서를 강조했다. 

리앤 라 하바스, 알앤비

알앤비 하나의 장르를 봐도, 이처럼 도시의 날씨는 마치 지문처럼 음악 곳곳에 묻어 있다. 

흐린 하늘과 실내 클럽 안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브리티시 알앤비를 구축해 온 것. 

결국 ‘브리티시 알앤비’는 환경과 문화, 도시의 분위기까지 흡수해 탄생한 음악적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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