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파리 패션위크로 업계가 분주한 가운데 아워레가시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순수한 옷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점점 과잉되고 소음처럼 번지는 패션의 언어로부터 한발 물러나기 위해 반복적으로 되뇌는 일종의 주문에 가깝다. 새로운 트렌드와 메시지가 끊임없이 덧붙여지는 환경 속에서 ‘순수함’은 더 이상 도덕적이거나 올바른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가공되지 않은 상태,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존재 방식에 가까워진다.
이들이 말하는 순수함이란 첫 번째, 원형으로 돌아가려는 태도다. 불필요한 장식과 과잉된 해석은 걷어내고, 옷이 지닌 구조와 기능, 형태 그 자체로 돌아가려는 시도 말이다. 이로써 실루엣은 명확해지고 디테일은 목적을 가졌다. 핵심은 ‘덜어냄’이 아니라 ‘환원’이다. 옷을 가장 솔직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 다시 말해 옷이 옷으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 단위에 집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서에 관한 이야기다. 여과 없이 표출한 감정과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는 자세. 이번 컬렉션은 바로 그 무방비 상태를 있는 힘껏 끌어올린다. 강함이 하나의 규범처럼 소비되는 시대에서 약함을 숨기지 않는 선택은 역설적으로 가장 솔직한 표현이 된다. 아워레가시는 이러한 순수함에 기반해 2026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브랜드의 초창기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니잉’의 관심사는 분명했다. 예컨대 공군 정비사들을 위해 제작된 1960년대 워크 재킷, 1940년대의 헤비 헤링본 펠트 그레이트코트, 군용 보머 등. 그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거나 보조하는 옷에 초점을 맞추며 의복의 본질에 대해 집중해왔다. 이러한 옷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탐구하고, 다듬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컬렉션 역시 옷의 본질과 기능, 착용감이 모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에 주목했다. 다만 이번 시즌에서는 한 단계 나아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목적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상징하는 제품을 신중하게 해석했다. 구식이라 치부되던 기술과 공정은 애정을 담아 되살렸다. 올드한 것이 아니다. 과거를 재현하려는 것 역시 아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오리지널이 지닌 깊은 순수함을 되찾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전반적으로는 블랙과 탁한 색조를 사용해 슬픔의 정서를 빌려왔다. 이 어두운 톤은 자칫 화려함이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차분하게 눌러주었다.



스카프는 시들어가는 장미처럼 매듭 지어졌으며, 테일러링의 복잡한 기술은 음울한 실루엣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패션 씬은 분주한 예측이 오가는 무대로, 늘 다음을 정의하려 한다. 하지만 아워레가시는 그 속에서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옷의 형태를 제안한다. 끝으로 아워레가시의 이번 컬렉션 일부 제품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라벨이 부착되어 있었다.
“모든 것에는 때와 장소가 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