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은 더 이상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는다. 무엇으로 시작했는가 보다, 지금 어떤 감각으로 자신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비트를 만들던 이들이 목소리를 얹고, 뒤에 머물던 이들이 전면으로 걸어 나오는 흐름 속에서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역할은 유동적으로 재편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라쿠네라마가 어떤 흐름 속에서 지금의 형태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장면을 만들어갈지에 대해 들어봤다. 여전히 탐색 중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장르보다는 감각을, 정답보다는 선택의 과정을 믿는 팀. 지금 라쿠네라마의 음악은 그 과정 위에 놓여 있다.

Q1.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희는 R&B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쿠네라마라고 합니다.
Q2. 라쿠네라마, 어떻게 시작됐는가?
처음에는 프로듀싱 그룹으로 시작했어요. 듀오로서, 그루비룸 같은 팀을 떠올리며 작업을 했고요. 저희가 직접 프로듀싱을 맡고, 피처링 아티스트들을 모아 정규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정규 앨범을 완성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동시에 저희가 원하는 방향대로 소화해 줄 보컬을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이럴 거면 우리가 직접 해볼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저희가 직접 보컬로 참여해 완성한 곡이 ‘GOSU’였고, 그 곡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공연 기회도 생겼습니다. 공연을 통해 저희를 처음 본 분들은 프로듀싱 팀이 아니라 하나의 아티스트로 받아들이는 느낌이었고요. 그걸 계기로 방향을 바꾸게 됐어요. 이제는 뒤가 아니라, 앞에 서는 팀으로 가보자는 쪽으로요.

Q3. 원래 보컬은 배워본 적이 없었나?
A. 민우 : 저희 둘 다 미디 전공이라, 보컬은 아예 생각도 안 했습니다. 전혀요.
민석 : 저는 가끔 직접 만든 비트 위에 장난처럼 녹음해 보는 정도였고요.
민우 : 그래서 민석이가 ‘GOSU’를 작업할 때 용기를 많이 줬습니다.

Q4. 듀오로 활동하며 힘든 부분은 없는지 궁금하다. 함께 작업할 때의 장점과, 반대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들려달라.
A. 팀이다 보니 각자의 정체성이 100%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대신 둘이 함께 좋아하는 지점을 공유하면서, 특정 장르에 묶이지 않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민우 : 일단 저희는 성향이 많이 달라요. 그런데 민석이가 워낙 착한 편이라 크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다르다는 걸 자주 느끼긴 합니다. 처음에는 프론트로 나서서 작업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작업 방식이 달라서 적응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저는 눈앞에 프로젝트가 열려 있어야 작업이 되는 스타일이고, 민석이는 좀 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걸 음성 메모로 쌓아두고 발전시키는 편이거든요.
민석 : 접근 방식이 다르다 보니 초반에는 그걸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의견이 두 개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중간 지점을 찾게 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결과가 나와요. 서로 취향이 다른 것도 장점인데,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살리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5. 과거 수민과의 협업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이번 작업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A. 원래는 남자 아이돌 회사에서 의뢰를 받아 시작한 곡이었어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었죠.
그런데 곡을 만들자마자 ‘이건 SUMIN(이하 수민) 님이랑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돌 소속사에 곡을 보내는 동시에, 수민 님께도 먼저 공유를 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돌 쪽에서는 불발되었고, 그때 바로 수민 님께 다시 연락을 드리면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Q6. 당시 SUMIN에게서 샤라웃을 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
A.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수민 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인데, 어느 날 갑자기 DM이 쏟아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영상이 릴스에 올라가서 주변 사람들이 보내준 거였어요.
보자마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작업실에 들어오자마자 휴대폰을 던질 정도로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꿈같은 순간이었어요.

Q7. [Hit the Bang] 작업 과정에서 공을 들인 부분이나, 사운드적으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인가?
A. 세 명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각자의 색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원래 1절과 2절이 같은 루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두니까 단순히 피처링을 얹은 느낌에 그치더라고요. 그래서 2절 벌스를 아예 수민 님의 결에 맞춰 새롭게 편곡했죠. 결과적으로 라쿠네라마라는 팀과 수민이라는 아티스트의 색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아요.
Q8. 곡이 담고 있는 감정이나 캐릭터, 어떻게 설정했나?
A. ‘찌질한’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뻔뻔하게 다가가지만, 어딘가 서툴고 어설픈 인물 같은 느낌이요. 곡을 처음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이런 캐릭터와 상황이 떠올랐고요. 그 이미지가 잡히니까 가사도 비교적 빠르게 나왔던 것 같아요. 찌질한 사랑 이야기. 경험담은 아닙니다.
Q9. ‘Hit the Bang’은 어떤 순간을 떠올리며 들으면 가장 잘 와닿을까?
A. 찌질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곡 자체는 그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트랙이에요. 저희 곡 중에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음악이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아예 파티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기분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신나고 싶은 순간. 토요일 밤, 클럽 가기 전에 예열하는 느낌으로.

Q10. R&B 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LUCHADOR] 때부터 R&B라는 장르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그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어요. 라틴 사운드나 팝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섞어보기도 했고요. 기본적으로 장르에 스스로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곧 나올 싱글도 댄스나 팝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들어가 있고요.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은 결국 대중적인 팝이에요. 새로운 요소를 담더라도, 그게 어렵게 들리기보다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11. 곡 작업을 할 때나 가사를 쓸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A. 민우 : 저는 거의 음악에서 온전히 영향을 받아요. 어떤 걸 써봐야겠다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음악을 들을 때 느낀 감정이나 무드를 기억해두는 편이에요. 들을 때 최대한 몰입해서, 그 음악이 주는 것들을 그대로 흡수하려고 하고요. 오히려 일상적인 순간에서 바로 음악적인 영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민석 : 저는 반대로 삶에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B’나 ‘Dubby’처럼 픽션에 가까운 곡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제가 느끼는 목표나 고민, 혹은 추상적인 감정들을 바탕으로 쓰고 있어요.


Q12. 요즘 음악 외로 빠진 게 있다면?
A. 보드게임… 한 판 하실래요?

Q13. 각자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나, 닮고 싶다고 느끼는 존재가 있나?
A. 민우 : 퍼렐 윌리엄스요. 음악적으로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프로듀서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다방면에서 정말 멋있다고 느낍니다.
민석 : 저는 프랭크 오션이요. 그런데 닮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프랭크 오션처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지를 보고, 그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 만들어야 할 걸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Q14. 평생 한 앨범만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앨범을 고를 것인가.
A. 민우 : 민석이가 선물해준 Earth, Wind & Fire의 [The Best of Earth, Wind & Fire, Vol. 1].
민석 : 나도 그거 하려고 했는데?
민우 : 프랭크 오션 아니야?
민석 : [Blonde]를 평생 들으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요.

Q15. 앞으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A. 저희를 샤라웃해주신 아티스트 분들이랑은 한 번씩 꼭 작업해 보고 싶어요. 크러쉬님, 염따 형님?
Q16. 10년 후의 라쿠네라마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A.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아티스트. 해외에서도 더 많이 알려지고, 더 큰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