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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하다고? 그게 우리 유산이야

양아치들이 만든 영국의 슈프림, 팔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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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런던의 허름한 숙소에 살며 매일같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크루가 있었다. 아지트의 이름은 궁전, ‘팔라스(Palace)’.

남자-스케이트보드-레브탄주

레브 탄주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의 주행을 촬영했었는데. 영상 속에는 거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그들의 웃음과 실패가 모두 담겨있었다. 

남자-스케이트보드-팔라스

미국의 슈프림을 리스펙했던 그는 영국엔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입을 만한 브랜드가 없다는 것에 늘 불만이었다. 

이에 동업자와 함께 아지트 이름, ‘팔라스(Palace)’로 영국의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든다.

팔라스-레브탄주

그가 택한 홍보 방법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90년대 감성의 저화질과 거친 편집. 멋있게 꾸며낸 것 하나 없는 아마추어스러운 영상으로 ‘스케이트보드 문화’ 그 자체를 담아내며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팔라스-스케이트보드

우리는 화려한 만들지 않는다. 그저 친구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

팔라스는 꾸밈보다 현실을 택했다.

영상 속 친구들의 웃음과 실패, 넘어지고 다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보더 정신을 옷 안에도 고스란히 담았다.

팔라스-스케이트보드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이야

보더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레브의 목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구찌,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등 대중적인 브랜드까지. 팔라스는 지금껏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콜라보 장인’ 브랜드가 되었다.

팔라스-구찌
팔라스-나이키

끊이지 않는 러브콜의 비결에는 레브의 유머 감각 덕이 컸다.

그는 여전히 팔라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직접 제품 설명을 작성하는데.

‘물속에서 대마초 피워본 적 있어? 그 뒤로 내 인생이 달라짐’

‘누구는 눈에 안 띄려고 카모를 입는데, 누구는 눈에 띄려고 카모를 입네’

그냥 하고 싶은 말 남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품과 전혀 상관없는 말이 대부분이다.

이는 곧 팔라스의 정체성이 되었고, 새 컬렉션에 적혀질 소개 글을 기다리는 팬마저 생겼다.

이를 그냥 넘길 탄주가 아닐 터.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제품의 소개 글을 모아 아카이빙 책까지 출간했다. 

누군가로부터 ‘저급하다’고 평가 받기도 한 자신들의 언행을 ‘유산’이라 여기며.  

팔라스-제품설명서

유머러스한 너희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탄주는 스스로의 기행을 ‘멍청한 약쟁이 아이디어’라고 표현했지만 여타 패션 브랜드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이 독특한 매력은, 소비자뿐 아니라 대기업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팔라스-벤츠

마이웨이 식의 거침없는 태도와 특유의 유머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팔라스.

대기업은 이들의 창의성을 이용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이러한 이유 덕에 팔라스는 콧대 높은 대형 브랜드까지 찾아오게 만들며 화려한 협업 이력을 써 내려가고 있다.

팔라스-스케이트보드

보더 정신은 그대로 이어진다

브랜드를 설립한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팔라스는 여전히 인스타그램에 보더들의 주행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팔라스 옷을 입은 영상 속 보더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직원이자 모델이 된다. 도심 속을 자유롭게 달리는 그들. 넘어지며 제대로 자빠지는 모습까지 나오는데. 20여 년 전 탄주가 그랬던 것처럼, 완벽함 대신 무모한 도전과 실패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실제 보더들이 캠코더로 찍어주는 러프한 느낌의 저화질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팔라스-스케이트보드

브랜드 초기의 색을 유지하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가장 단순한 규칙이 곧 브랜드의 가장 굳건한 기반이 된다.

이 기반을 흔들어놓지 않고 쭉 이어나가면, 그 무엇보다 강력한 정체성이자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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