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되면서 의복 역시 발전되어 왔다. 삼베옷을 입던 시절부터 후드티, 청바지와 같은 대량생산의 영역까지.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제에서 청동 보석이 아닌 옷 하나여도 ‘미학’이 훨씬 중요해진 시대로 변하기도 했다.
그렇게 산업화 이후 기계로부터 물리적인 보호를 위해 입던 ‘워크웨어’ 역시 패션의 요소로 즐기는 문화 중 한 축이 되었다.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이 세상을 이끌어가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쉼 없이 일을 하는 게 주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고전적 의미의 워크웨어는 ‘쓸모’를 제대로 다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한 브랜드가 현대의 워크웨어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워크웨어는 물리적 위험보다 심리적 압박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플라스틱 프로덕트. 울산 공장 출신의 에디터는 이들이 건넨 메시지에 흥미가 생겼다.
출발은 생존이었다

기계의 도입으로 급격한 산업화를 이뤘던 시절, 워크웨어는 말 그대로 일을 하기 위한 옷이었다. 서민들은 자칫하다 목숨을 앗아갈 위험한 장비들과 일을 했다. 취미를 즐길 새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미학보다 안전이 더 중요했다. 두꺼운 캔버스, 금속 버클, 두 번 덧대어 내구성을 강화시킨 바지 무릎 부분.
워크웨어의 대표주자 칼하트 역시 디트로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 지금도 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옷을 공급하고 있다고.
점차 기술이 발전되며 사람이 관리해야 할 기계를 기계가 관리하는 순간에 이르렀다. 컴퓨터의 탄생은 작업 환경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블루칼라만큼, 어쩌면 현대의 직업이라 함은 ‘화이트칼라’를 떠올리게 된 것.

개인용 PC의 등장에 따라 물리적 위험은 줄어들었다.
‘마감’, ‘메일’, ‘화상회의’, ‘문자 알림’
물리적 위험의 자리는 ‘스트레스’라는 심리적 압박이 대체했다. 워크웨어 역시 본디 목적보다 문화가 되어 패션, 즉 미학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플라스틱 프로덕트는 어떻게

여전히 워크웨어라 하면 칼하트, 디키즈 같은 고전적인 디자인을 떠올린다. 현대의 워크웨어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으로 튼튼한 것만큼 정신적인 안정이 중요한 시대니까. 에디터가 만난 아이템은 ‘플라스틱 프로덕트’의 목베개 재킷이다.
컴퓨터는 몸을 편하게 만듦과 동시에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또 다른 인간 기계를 만들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끝없는 업무 속 잠깐의 휴식. 플라스틱 프로덕트는 재킷에 목베개를 결합했다.


문제가 있다. 이미지만 봐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오히려 사진처럼 입고 앉는다면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을 만큼 불편해 보인다. 문제 해결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러나 ‘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그들이 만든 목베개 재킷이 보여주는 ‘과잉 설계’, ‘쓸모없음’은 작품이 된다.
우리는 마음의 불안정을 ‘미학’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더 이상 워크웨어가 몸을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진짜 노동자들은 그들의 작업복을 패션으로 생각하며 꾸미지 않는다. 에디터 역시 당시 애정하던 ‘칼하트 디트로이트 재킷’은 출근할 때 더러워질까 봐 방에 소중히 모셔두었다. 워크웨어는 패션의 카테고리가 되었다. 복각 데님도, 치노 팬츠도 모두 멋들어진 핏을 향해 나아간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미적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프로덕트가 제시한 워크웨어는 기능의 방향성이 다른 것이다.
과거 날카롭고 거친 기계로부터의 안전이 우선이었던 의복은 직장인들의 고질병인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이 되어야 한다. 고전적인 워크웨어를 벗어나자는 말이 아니다. SPA 브랜드, 정통 워크웨어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할 것 없이 오늘날의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효용’이라는 점이다. 다수에게 그 효용의 기준이 ‘아름다움’인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옷이 뭐가 그렇게 대수길래’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대답해 보자.
“정말 당신의 옷은 튼튼하기만 하면 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