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말고, 나부터 대접해라 커버이미지
items

손님 말고, 나부터 대접해라

평생 쓰는 도자기 그릇 숍 5

URL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공유해보세요!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우리는 가구나 옷을 고를 때 며칠씩 고민한다. 그런데 왜 매일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담는 그릇은 아무거나 쓸까.

대개 좋은 그릇은 손님이 오는 특별한 날에만 꺼내야 한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렇지 않다. 정작 대접받아야 할 사람은 매일 식탁에 앉는 나 자신이기 때문.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배달 용기째 대충 해치우는 식사에 넌더리가 났다면, 이제는 식사의 본질인 그릇부터 신경 쓸 때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시대라지만, 어떤 물건은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을 함께 하기도 한다. 고온의 가마 속에서 단단히 빚어진 도자기가 그렇다.

손끝의 압력, 불의 온도 그리고 바람의 길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양의 도자기가 탄생한다. 규격화된 공장에서 찍어낸 여타 기성품과 달리, 세상에 더 없는 ‘단 하나뿐인 물건’이라는 점에서 이미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잘 만들어진 좋은 도자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그윽한 멋이 깃든다. 유행에 따라 빠르게 소비되는 것들 사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맛을 아는 도자기 숍 다섯 군데를 준비했다.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❶ 시유하다 @siyuhada

일상 속 마주하는 사물과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에서 느낀 감정을 비정형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세라믹 브랜드. 먼저 손으로 흙을 빚고, 유약을 덧입혀 투박하지만 자유로운 방식으로 기물을 제작한다.

브랜드 이름에 담긴 ‘시유’는 초벌구이를 마친 도자기 표면에 유약을 바르는 과정이다. 이 시간을 거치면서 도자기는 표면이 매끄러워짐과 동시에 수분이 스며들지 않아 단단해진다.

겹겹이 중첩된 시유가 자아내는 오묘한 색채와 유기적인 질감을 통해 시유하다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서촌에 위치한 쇼룸에서 더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6길 23-2, 1층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❷ 수풀 @supul.official

수풀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오리지널리티를 주제로 감각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낸다.

물 잔, 화병, 그릇 등 파스텔톤의 도자로 제작된 물건들은 그 존재 자체로 일상에 재미를 불어넣어 준다. 빛바랜 느낌의 애쉬 컬러와 은은한 워싱으로 빈티지한 멋이 느껴지는 기물 컬렉션을 전개하는 것이 특징.

요란한 패턴과 장식 대신 자연의 질감과 깊이 있는 쓰임에 집중한다. 담아내는 음식의 색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식탁 위에 놓이는 것만으로 ‘스스로 정성껏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는 서울과 제주점, 두 군데의 쇼룸을 운영 중이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8길 5, 2층
📍제주 한림읍 한수풀로 36, 2층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❸ 너븐재 @nv.jae

경기도 이천 도자기 마을에 위치한 너븐재. ‘당신의 집에 이야기를’이라는 슬로건 아래에, 반듯하지만 자연스러운 멋이 담긴 그릇을 빚는다.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보면, 너븐재의 새로운 기물들을 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주인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색상의 도자기 조각들을 한데 모아 게시했다. “수많은 실험과 매주 반복되는 기다림 끝에 원하는 기물이 완성된다.”라는 설명과 함께.

아무리 길고 긴 기물 테스트 대장정을 마치고 제작 단계에 들어간대도,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일쑤. 그 작은 1~2% 차이를 조절하며 매번 유약과 씨름하듯 섬세한 작업을 거친다.

📍이천 도자예술로6번길 180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❹ 롬아카이브 @loamarchive

부드럽지만 강인한 자연물에서 영감받아 도자를 빚어내는 곳. 프로젝트별로 다루는 대상이 달라지며 이는 꽃이 되거나 열매, 인간이 되기도 한다.

‘생명력의 힘’을 가치 있게 여기고 담아낸다. 그렇기에 롬아카이브의 손끝에서 탄생한 기물들은 저마다의 서사를 품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지층의 단면처럼 겹겹이 쌓인 색채 레이어가 이들의 시그니처다.

📍서울 성동구 상원길 70, 2층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❺ 무의미 @mooeuimiee

무의미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기물은 단연 ‘녹아내리는 유약’ 시리즈다. 고온의 가마 속에서 유약이 흐르다 멈춘 순간을 그대로 정지시켜 놓은 듯한 비주얼. 공산품에서는 결코 느껴볼 수 없는 우연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글 자음 ‘ㅁ’과 ‘ㅇ’을 조형한 파스타 접시. 남다른 실루엣과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마름모 모양에 음식을 담아내면,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제격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브랜드인지라, 예약제로 진행되는 원 데이 클래스를 경험해 볼 수 있다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7길 10-3, 1층

도자기-그릇-식기-시유하다-너븐재-롬아카이브-수풀-무의미

정성으로 빚어진 도자기들은 하나같이 아래의 문구를 달고 세상에 나온다.

“모든 공정은 손으로 작업되며, 입혀진 컬러와 형태가 제품마다 상이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주의 사항처럼 적힌 이 문장은, 역설적으로 도자기가 세상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식사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거창한 요리가 아니다.

당신의 일상을 오랫동안 책임질 도자기 그릇, 하나쯤 장만해 보는 건 어떨까.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