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말콤 토드의 ‘Earrings’가 틱톡에서 역주행했다

요즘은 에겐남이 대세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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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말콤 토드의 ‘Earrings’가 틱톡에서 역주행했다. 2024년 믹스테이프 [Sweet Boy]의 수록곡으로 발매된 노래가 2년 뒤 숏폼을 점령한 것이다. 왜 하필 지금, 이 노래일까.

보여주기 위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저 연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채 이어가는 관계 말고. 울고불고 매달리면서도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지는 않을지 고민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모든 걸 쿨한 척 넘기는 시대에 가장 찌질한 고백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 아닐까.

‘특보입니다. 그가 감정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대요.’

말콤의 가사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말을 걸기조차 조심스러운 상대를 향해 차마 전하지 못한 마음을 꾹꾹 눌러 적은 일기를 읽는 느낌이 든다. 거창한 사랑의 맹세 대신 사소한 일상과 후회, 미련이 빼곡하다.

‘우리 같이 지내면 안 될까? 네가 집에 너무 늦게 오니까.’

‘널 사랑하고 싶었는데 넌 너무 차가웠어.’

‘네가 줬던 옷 아직도 입고 있는데 넌 그걸 못 보겠지.’

비단 ‘Earrings’뿐만이 아니다. 그의 다른 노래들 역시 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상대가 이미 마음을 접었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 더 묻고, 돌아오지 않을 답을 기다리고, 떠난 사람의 흔적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끝났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까지도 노래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관계를 이렇게 쉽게 정리하게 됐을까.

인스타그램과 데이팅 앱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쉬워졌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고, 불편한 대화를 나누느니 조용히 거리를 두면 된다. 연인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다. ‘조용한 손절’이라는 말이 익숙할 만큼 관계를 끝내는 데 굳이 설명이나 작별 인사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맞지 않는 사람을 빠르게 걸러내는 편이 효율적으로 여겨진다.

물론 모든 관계를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관계를 쉽게 맺고 쉽게 끊을 수 있게 된 만큼,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고 그 마음을 책임지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상처받지 않으려 먼저 마음을 감추고, 미련이 남아도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는 기술이 더 중요해진 것처럼.

이런 시대에 말콤의 노래는 조금 이상하다. 모두가 담담하게 지나가야 할 순간에 그는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상대의 마음이 이미 닫혔을지라도 한 번 더 물어본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련을 노래하고, 괜찮은 척하는 대신 괜찮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의 노래가 특별한 건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때로 구질구질하고, 소심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락 한 번에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이미 끝난 관계를 혼자 되짚으며, 상대는 기억하지 못할 사소한 순간을 오래 붙잡는다. 말콤은 이런 마음을 감추거나 멋있게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노래의 한가운데에 놓는다.

성공을 위해 좋은 남자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다며 먼저 이별을 이야기하는 ‘Gun to My Head’ 역시 흥미롭다. 사랑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꿈 때문에 관계를 포기하려는 모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미래를 향한 욕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마저 솔직하다. 그는 사랑을 잘하는 남자라기보다 사랑 앞에서 끊임없이 서툴러지는 남자에 가깝다.

어쩌면 우리가 그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말콤이 사랑을 가장 잘 아는 남자라서가 아니라,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무너질 줄 아는 남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쿨하고 깔끔하게 하고 싶어 한다. 먼저 연락하면 지는 것 같고, 더 좋아하는 쪽이 손해를 보는 것 같고, 헤어진 뒤에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사람이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런 계산은 쉽게 무너진다. 밀당이라는 개념조차 잊은 채 상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이미 끝난 관계를 붙잡고, 전하지 못한 말을 뒤늦게 후회한다.

말콤의 노래는 그런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무관심이 편리함이 되고, 무심함이 여유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누군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연인의 침대에 귀걸이를 두고 왔다는 사실보다 더 마음 아픈 건,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도 꺼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소한 핑계로라도 다시 말을 걸고 싶지만,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끝내 입을 다문다.

우리가 ‘Earrings’를 듣는 건 어쩌면 그 귀걸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건 하나를 핑계로 다시 말을 걸고 싶어 하는 마음, 별것 아닌 일로라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말콤은 차마 꺼내지 못한 말 한마디를 대신 노래한다.

모두가 빠르게 떠나는 시대에, 끝내 쿨해지지 못한 한 소년의 사랑이 우리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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